구체화된 그린카 열풍
수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그린 열풍이 올해 조금 더 구체적인 모습을 보이며 우리 곁으로 한걸음 다가섰다. 이제 그린, 에코, 녹색성장, 저탄소 등의 단어는 먼 미래의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주어진 현실이 되었다.
정부가 4월 시속 60km 이하 저속 전기차의 서울 시내 일부 도로주행을 허가하며 물꼬를 텄고 CT&T와 AD모터스, 지앤디윈텍 등 전기차 전문 회사들이 몇몇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반응을 살폈다. 지식경제부가 지속성장을 위한 전기자동차 프로젝트를 국책과제로 지정하고 지원에 나서자 자동차 메이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현대자동차는 고속 전기차 블루온(BlueOn)과 일렉시티(Elec-city) 전기버스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고, 모기업 GM의 기술을 접목한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전기차 10대도 G20 기간에 시범운행해 관심을 모았다.
비단 그린카 열풍은 전기차에만 그치지 않았다. 240마력 CNG 엔진과 80마력 전기모터를 결합한 국내 첫 CNG 하이브리드 버스인 블루시티가 첫선을 보였고 포스텍(포항공과대)은 수소자동차 연료전지에 필수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는 백금 촉매의 일산화탄소 피독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고분자-이온성 액체 나노 구조체로, 현재 연료전지에 널리 쓰이는 미국 듀폰사의 니피온(Nafion)보다 싸고 전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 F1 그랑프리 개최
10월 22~24일 전남 영암 서킷에 전세계 모터스포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모터스포츠의 정상이라 일컫는 F1 레이스가 펼쳐진 것. 수중 전으로 치러진 이번 레이스는 미끄러운 노면과 물보라로 어느 때보다 드라이버를 괴롭혔지만 관중들은 F1 머신이 뿜는 굉음과 스피디한 레이스에 빠져 모터스포츠의 진면목을 맘껏 즐겼다. 우여곡절 끝에 알론소(페라리)가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아 초대 코리아 F1 그랑프리의 우승자가 되었다.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와 약 17만 명의 관람객, 국내 첫 국제 그레이드 A급 서킷 개장 등 표면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시설 안전성, 진행의 미숙함 등이 옥에 티로 지적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인도 마힌드라, 쌍용차 우선협상자로 선정
8월 12일 쌍용자동차와 매각주간사가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 Limited)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이어 23일 양사는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인수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10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마힌드라의 쌍용자동차 인수를 승인했다. 쌍용차 임직원의 임금과 복지 관련 부문에서 이견을 좁힌다면 11월 말로 예정된 본 계약도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수입차 등록 최대치 기록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신차 수요의 증가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랐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신규 등록대수가 8,758대에 이르며 점유율 8.76%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10월 누적 등록대수도 6만6,393대(7.01%)로 이미 지난해 전체 등록대수(6만993대, 4.94%)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BMW와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메이커의 선전이 눈부셨다. 신형 5시리즈를 비롯해 7시리즈와 3시리즈 등이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10월까지 1만3,867대를 판매한 BMW가 18.75%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고 E클래스와 C클래스로 선전한 벤츠가 1만3,066대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8,046대의 폭스바겐과 6,651대의 아우디가 차지해 1~4위를 독일 브랜드가 싹쓸이했다.
중형차 라이벌 시대 개막
4월 29일 기아 K5의 등장은 국내 중형차시장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20년 넘게 챔피언 자리를 지켜왔던 현대 쏘나타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 유럽 스타일의 매력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5월 3,552대를 시작으로 6월(1만673대)과 7월(1만105대) 연속 9,957대와 8,469대에 그친 쏘나타를 제치고 중형차시장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러나 불의의 일격을 당한 챔피언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열을 정비한 현대는 K5가 생산량 부족을 겪자 9월부터 1% 할부이자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9월과 10월에는 1만 대 이상 팔리며 1위 자리를 되찾았다.
GM대우와 대우자판 결별
2002년부터 이어진 GM대우와 대우자동차판매(이하 대우자판)의 밀월관계가 3월 9일부로 끝났다. 1993년 대우자동차 판매부문에서 독립한 대우자판은 2002년부터 GM대우의 국내 총판을 책임져왔다. 그러나 올 1월 GM대우가 지역총판제를 도입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판매 영업권 계약해지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번 해지로 대우자판은 매출의 35%를 차지했던 사업을 잃게 되어 존폐의 위기에 몰렸다.
스바루 한국 진출
스바루가 1월 21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한국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5월부터 중형 세단 레거시(Legacy)와 크로스오버 아웃백(Outback), 포레스터(Forester) SUV 등 3개 모델의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16번째 회원사가 된 스바루코리아(대표 최승달)는 스테인리스 와이어 제조업체인 고려상사가 설립했다.
스바루코리아는 당초 서울, 부산, 분당, 대구, 광주 지역에 서비스 숍을 갖춘 딜러를 선정해 딜러망을 갖추고 올해 600대를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10월까지 누적판매량이 266대에 그쳐 데뷔 첫해의 행보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특히 일본 신차평가프로그램(JNCAP)에서 09/10년도 그랑프리를 수상한 레거시는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쉽게 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에서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인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 한미·한EU FTA의 중심에 서다글로벌시장에 본격화되면서 국가간 상품의 이동을 자유화하는 FTA(Free Trade Agreement)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으며 한미·한EU FTA 관련 기사가 매스컴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자동차산업이 이들 FTA 협상의 중심에 섰다.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그만큼 막대하다는 반증. 마지막 합의도출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은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를 늦추는 것과 미국의 환경기준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있다. 만약 이 같은 기준이 한국의 양보로 합의된다면 한EU FTA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노사관계의 새로운 전환
2009년 말 노사정 합의에 의해 도입된 개정 노조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13년간 해묵었던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원 금지(타임오프제)가 시행되었다. 이로써 국내 자동차업계와 노동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혼란 없이 노사합의를 이뤄내는 데 성공한 것. 특히 연례행사처럼 치러졌던 기아차의 임단협이 20년 만에 무파업으로 타결되는 등 외형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에서 무급 전임자의 임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합비를 인상하는 등 편법으로
타임오프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져 향후 노사갈등의 불꽃은 여전히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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