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k5
E클래스
5시리즈
현대 쏘나타 vs 기아 K5
올 1~10월까지 판매량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시장의 메인은 중형차(26.5%)다. 세대교체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GM대우 토스카를 빼면 월간 판매에서 현대 YF 쏘나타, 기아 K5, 르노삼성 SM5(L43)가 2강 1중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쏘나타와 K5의 집안싸움이 볼 만하다. 어느 그룹에나 절대강자가 있으면 경기는 재미가 없는 법. 그런 면에서 K5의 등장은 중형차 예비고객 입장에서 반길 일이다.
K5에 대응해 6월 2011년형(K5에 대응해 조금 일찍 나왔다) 쏘나타가 나오면서 모델의 차이는 디자인 빼고 거의 없게 되었다. 이란성 쌍둥이라고 봐도 과하지 않을 정도. 같은 그룹에서 나온 형제들이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듯 같을 줄은 몰랐다. 국내시장에서 농익을 대로 농익은 쏘나타의 파워트레인도 두 모델이 그대로 공유한다. 마케팅 차원에서 모종의 합의나 압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엔진출력과, 연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스펙이 정확히 같다.
챔피언인 쏘나타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자신의 코치가 도전자에게 고스란히 노하우를 전수해 준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게다가 기아는 슈라이어라는 솜씨 좋은 용병(?)을 투입해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 전위적으로 급변한 쏘나타 디자인에 고개를 젓는 이들을 유혹할 만큼 K5의 디자인은 신선함과 무난함을 동시에 아우르고 있다는 평이다. 어차피 플랫폼이 같으니 디자인으로 차별화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었고 이런 전략이 보기 좋게 맞아 떨어져 7~8월 판매량에서 쏘나타를 앞질렀다. 블루와 레드로 극명하게 대조되는 조명처럼 일본차의 향기가 느껴지는 쏘나타의 실내에 비해 K5는 유럽 취향이다.
유압 스티어링에 비해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의 반응은 비슷하다. 허나 출발과 급가속시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진동을 거르는 솜씨는 2011년형으로 바뀐 쏘나타가 조금 낫다. 작은 차이지만 고속 크루징 상태의 정숙성도 쏘나타가 앞선다. 아마도 지적되었던 약점들을 2011년형에서 많이 보완한 것 같다. 반대로 해석하면 K5의 업그레이드 모델이 나오면 이런 부분들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품성이 올라간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제 승자를 결정해야 할 순간. 챔피언의 노하우를 제대로 받아들이면서 매력적인 디자인을 뽐내는 K5의 경쟁력이 쏘나타의 턱밑까지 왔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발 빠르게 단점을 커버한 쏘나타다.
총평 K5의 중형차천하는 두 달로 그쳤다. 현 시점에서 분명 쏘나타가 판매에서 앞서지만 K5의 도전을 차단하기 위해 1%대 초저금리 할부 등 다양한 노력을 쏟아부은 결과다. 또한 K5의 생산가능대수가 쏘나타보다 적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아직도 K5를 사려면 두어 달은 기다려야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vs BMW 5시리즈
E세그먼트, 통칭 executive(이그제큐티브) 클래스로 분류되는 중형 고급차시장은 한국의 수입차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하는 곳이며, 따라서 경쟁도 가장 치열하다. 월간 판매순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E세그먼트의 주인공은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이 두 차종에 대하 한국인의 사랑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두 차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차임에는 두말 할 여지가 없다. 신차가 나올 때마다 벤치마킹에 급급하게 만드는 높은 완성도와 풍족한 옵션, 폭넓은 엔진 라인업은 물론 판매량까지 늘어나면서 가격까지 내려왔다.
두 모델의 차이점을 찾자면 먼저 자동차를 바라보는 두 회사의 가치관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자동차의 달리기는 즐거워야(JOY) 한다고 고집하는 BMW, 날선 핸들링은 5시리즈에서도 여전하다. 메르세데스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달리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스포츠성을 추구한다.
여기에 비하면 가능한 한 운전자를 자극하지 않는 것을 모토로 만들어진 벤츠 E클래스의 운전은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으로 충만하다. 최고의 기술로 만든 최고의 차를 타고 있다는 주행의 질감에 있어서는 BMW에 한 치도 밀리지 않는다. 평소에는 있는 줄 모르지만 갑자기 닥쳐온 위험한 순간에는 차와 승객을 보호할 적극적 안전장비를 한가득 실어 놓았다. 온갖 하이테크를 다 집어넣어 놓았지만 별 티를 내지 않는다. 남들이 뭐래도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가는 벤츠의 차 만듦새는 늘 믿음직하고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E클래스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급차로서 E클래스의 내장 품질은 솔직히 좋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커맨드 시스템과 따로 노는 내비게이션도 불만 중 하나. 일찌감치 i-드라이브 통합형 내비를 만들어 쓰고 있는 BMW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신차종이 나올 때마다 내장재 품질 때문에 메르세데스가 한소리씩 듣는 동안 BMW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인테리어의 품질을 꾸준히 끌어올려왔다. 실제로도 신형 5클래스의 실내는 위급 7시리즈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7시리즈와 헷갈릴 정도의 당당한 크기에다 승차감은 꿀리기는커녕 오히려 낫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5시리즈와 7시리즈가 동일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BMW 본사에서조차 7시리즈와의 판매간섭을 염려하는 소리가 나올까. 반면 E클래스가 S클래스의 판매에 영향을 준 경우는 이제껏 메르세데스 역사상 한번도 없었다.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동차의 세계를 이끌어온 존재이며 그 입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하지만 2010년의 중형 세단만을 놓고 본 대결에서는 BMW의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실내 품질, 스포츠성과 승차감을 훌륭하게 조화시킨 하체, 여기에 성능을 전혀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놀라운 연비를 달성한 이피션트다이내믹스 기술이 가세해 오랜 라이벌과의 격차를 벌려놓았다.
총평 올해 1~10월 판매량을 보면 신형 BMW5 시리즈가 6,361대,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가 6,748대이다. E클래스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BMW의 신형 5시리즈는 4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는 점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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